김 재옥
벽 전면을 차지한 괘종시계는
뚜-ㄱ. 따-ㄱ 소리 멈춘 채 장승처럼 서있고
바람도 나뭇가지를
흔들지 못하고 지나간다
강아지 밥 훔치러 다니던 길고양이도
서성대는 어미 개 앞에 미동 없이 멈추어 섰고
그릇 부딪는 소리 없이 끼니는 지나간다
그저 미미한 박동소리만이 살아있음을 증거 한다
흉기를 지니지 않았으니 외향으로 식별 못해 통제받지 않아
터놓고 세계 방방곡곡 활보하며 미세한 틈 타
위해(危害)를 끼치며 거들먹거리는 철면피 코로나19
두발 꽁꽁 묶어
우리들의 축제일 장날 북적거리던 장판도 찬바람 횡횡
안하무인 코로나19 네 탓이다
흥망성쇄 또한 만고불변의 진리이니
너 또한 천인공노 할 궤적을 스스로 통탄하며 스러질 것이다
내일은
괘종시계도 분주히 바늘을 돌릴 것이고
길고양이도 어미 개 사랑을 받으며
부른 배 쓰다듬겠지
축제장 붕어빵도 옛날식 치킨도 긴 줄을 만들고
심장도 쿵쾅대며
온 세상을 흔들어 댈 거야
2020, 3.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