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생이 색맹 신호등 개발
빨간등에 보라색 막대불빛 넣어
남정현군 과학전람회서 우수상
한 고등학생이 ‘색각이상’ 증세를 가진 이들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교통 신호등을 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적색맹·녹색맹은 빨간색과 노란색을 구별하기 어렵다. 특히 적색맹이 교통신호등을 보면, 빨간색이 어두운 주황색으로 보여 노란색 신호와 거의 구별하지 못한다. 서울 은평구 하나고등학교 3학년 남정현(18)군은 빨간색 신호등에 보라색의 진입금지 막대기 불빛을 넣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사진 윗줄). 적색맹·녹색맹의 눈에는 이 보라색이 파란색으로 보여, 노란색 신호와 뚜렷하게 구별할 수 있다(아랫줄). 보라색 막대기의 크기가 원래 파란색 신호등보다 작으므로, 파란 신호와 빨간 신호를 구분하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다. 또한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빨간색 신호등에 포함된 보라색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아 혼란스럽지 않다.
평소 생물 과목에 관심이 많은 남군은 안과의사인 아버지의 병원에서 색맹환자가 “교통 신호등을 식별하는 게 가장 힘들다”는 얘기를 듣고 색맹 신호등 개발을 시작했다. 남군은 “자료 조사를 하던 중 지난해 7월9일치 <한겨레> 기사 ‘색각이상자 안전운전, 신호등 모양에 답 있다’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당시 기사에서는 신호등의 모양을 바꾸는 방법을 제시했는데, 남군은 “신호등 모양만 바꾸는 것보다 보라색 불빛을 넣는 것이 색맹에게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남군은 이 아이디어를 담은 논문으로 지난달 16일 서울시과학전람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남군의 논문을 지도한 이효근(43) 교사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 제안도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색맹·색약을 포함한 ‘색각이상’ 증세를 가진 사람은 전체 남성의 5.9%, 여성의 0.4%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